2년 전이었나, 딴지일보에서 북 리뷰를 했던 책, 히로세 다카시의 <제 1권력>을 사놓고 읽지 않고 뒀다가 이제야 읽었다. 김영하 작가께서 책은 일단 사 놓은 후 골라서 읽는 것이라고 하셨던 말, 공감한다.
딴지일보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다.
일본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남자는 무작정 일본으로 찾아가 그 책의 저자를 만난다. 살해위협까지 받는 그 책의 저자는 남자와 만나 처음 30분쯤 경계하다 나중엔 줄담배를 피워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차이를 넘어 공감을 얻게 된 두 사람이 작은 카페에 앉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는 그의 저작물에 대한 모든 국내 계약을 하게 된다.
남자는 저자에게 거액을 송금한다. 아직 수중에 여유가 있을 무렵이어서인지 그는 저자의 모든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합당한 금액을 송금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장의 팩스를 받았다. 회사 규모와 직원 수, 그리고 연매출 등을 적어내라는 팩스. 그러나 그것은 세무조사가 아니었다.
대답하지 않고 버티던 그에게 직접 찾아온 조사원은, 직원수 한 명의 작은 규모에 안심한 것인지 자신은 '중동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의뢰를 받고 조사하고 있음을 밝혔다. 중동은행? 그 은행은 아마도 그 책에 실명으로 거론된 어느 가문의 소유였을 것이다. 단지 그들은 그 위험한 책의 저자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다. 대단한 부와 권력을 가진 어떤 가문.
어느 가문일까? JP 모건이나 록펠러임에 틀림없다.
록펠러… 아마 카네기와 함께 인류가 자본주의라는 경쟁적 생존 방식을 창시한 이후 그 방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먹은 두 개새끼(가문)이 아닐까 싶다. 록펠러가 개새끼라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어떤 개새끼인가는 몰랐다. (뭐 김진명씨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나오더라만… 김진명씨는 소설을 쓰기전에 좀 더 세상을 알 필요가 있다)
록펠러가 어떻게 평가 받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Yes24에서 록펠러에 관련된 책을 검색해 봤다.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판매량 순으로 정렬한 리스트이다.
1. 록펠러: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 국내서 / 이채윤
2.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어둠의 세력: 록펠러, 로스 차일드의 세계 금융지배 음모론 / 번역서 / 기쿠가와 세이지
3. 부의 제국 록펠러 1: 그 신화와 경멸의 두 얼굴 / 번역서 / 론 처노
4. 부의 제국 록펠러 2: 그 신화와 경멸의 두 얼굴 / 번역서 / 론 처노
5.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 / 국내서 / 주경희 (이상하군. 제목은 같은데 저자가 틀리다니)
6. 세계 최고의 부자 록펠러 / 번역서 / 그랜트 시걸
7. 하나님을 믿은 세계 최고의 부자 록펠러: 만화로 읽는 믿음의 사람들 / 국내서 / 윤교석
8. 록펠러가의 사람들 / 번역서 / 피터 콜리어
9. 자녀 축복 기도문: 록펠러에게 배우는
10. 힐튼세트: 기도로 꿈을 이룬 호텔왕 힐튼 +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 / 국내서
11. 최고의 성공 비법: 힐튼과 록펠러에게 배우는 / 국내서 / 권순석
12. How Success?: 기적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힐튼과 록펠러의 석세스 코드 / 국내서 / 권순석
Yes24에서 검색된 책 제목만으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록펠러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기는 힘들지만, 책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만으로 록펠러가 어떤 인물인지 판단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보았다.
좋은 사람이라는 분류 – 쉽게 말해 록펠러를 배우고 따르자 (부자/축복/성공/석세스 등 긍정적인 단어가 들어간 책)
1. 록펠러: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 국내서 / 이채윤
2.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 / 국내서 / 주경희
3. 세계 최고의 부자 록펠러 / 번역서 / 그랜트 시걸
4. 하나님을 믿은 세계 최고의 부자 록펠러: 만화로 읽는 믿음의 사람들 / 국내서 / 윤교석
5. 힐튼세트: 기도로 꿈을 이룬 호텔왕 힐튼 +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 / 국내서
6. 최고의 성공 비법: 힐튼과 록펠러에게 배우는 / 국내서 / 권순석
7. How Success?: 기적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힐튼과 록펠러의 석세스 코드 / 국내서 / 권순석
나쁜 사람이라는 분류 – 이놈은 돈 벌레 악당이다
1.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어둠의 세력: 록펠러, 로스 차일드의 세계 금융지배 음모론 / 번역서 / 기쿠가와 세이지
2. 부의 제국 록펠러 1: 그 신화와 경멸의 두 얼굴 / 번역서 / 론 처노
3. 부의 제국 록펠러 2: 그 신화와 경멸의 두 얼굴 / 번역서 / 론 처노
검색해 본 책 제목으로만 판단해 보자면 록펠러라는 인물은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록펠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 같은 책의 저자는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그리고 십일조, 기도 등 기독교와 관련되어 있다. 객관적으로 썼을 것 같은 책의 저자는 모두 외국인이다. 이게 웬일일까. 한국과는 일말의 관련이 없는 록펠러라는 인물을 한국인들, 그것도 기독교계에서 왜 이렇게 칭송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