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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egin Again

by 랜디 로즈 2020. 5. 19.

음악 영화는 뮤지컬과 음악이 주제인 영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얼마전 개봉한 레미제라블이 전자라면, Begin Again은 후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Begin Again의 감독인 존 카니의 전작인 <Once>역시 후자인 경우입니다. 잭 블랙 주연의 <School of Rock>도 후자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School of Rock DVD의 코멘터리를 보면, 잭 블랙이 나와서 영화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잭 블랙이 ‘이 영화는 뮤지컬 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다가 ‘아니죠… 이 영화는 뮤지컬은 아닙니다. 뮤지컬은 난데없이 노래를 부르잖아요. 배우가 나와서 갑자기 밥 먹었니~~~ 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되게 웃긴 장면이었죠.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Once와는 달리 전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10분 정도 보면 영화가 어떻게 끝이 날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독한 두 남녀와 그들의 음악을 더블린의 더부룩한 분위기에 잘 녹여냈던 유니크한 영화였던 전작과는 달리, 특별하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상처받은 젊은 여성 음악가와 나락에 빠진 천재 프로듀서가 만나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 성공을 이끌어내는, 어찌보면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재미 있습니다. 기대하는 대로 딱딱 흘러가고, 전형적인 ‘나쁜 사람이 아닌 악역’과 좋은 사람들만 줄줄이 등장하며, 관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면이 속시원하게 딱딱 터져주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헤어질 것 같은 장면에서 정말 헤어지고, 주인공인 프로듀서는 역시 천재였고, 떠난 남자친구는 주인공의 재능에 사랑을 깨닿고 돌아오며, 주인공은 위대한(또는 그렇게 들리는) 음악을 척척 만들어내고, 그 음악에 악역은 감동하여 무릎 꿇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음악입니다. 주인공 그레타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꽤 노래를 잘 부르고, Maroon 5의 프론트맨인 Adam Levine이 비중 큰 조연으로 등장해 직접 노래를 들려줍니다.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Adam Levine이 분한 데이브가 콘서트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Adam Levine은 역시나 노래를 너무나 잘 부르고 ‘성공한, 못된, 하지만 나에게 돌아오고 싶어하는’ 남자가 ‘나에게 돌아오고 싶어 울며 비는’ 장면에 대한 몰입으로 한층 더 감동적인 장면이 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꽤 많은 노래를 부르고, 부르는 노래들은 꽤 그럴듯 해 들립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장점은 ‘뉴욕’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세션들을 이끌고 곡을 녹음하는 곳은 뉴욕의 골목길, 센트럴 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건물 옥상 등이며, 이 장면들은 잘 찍힌 장면과 잘 녹음된 음악으로 ‘음악의 도시 뉴욕’의 거리와 잘 어울려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감독은 그레타의 친구 스티브의 입을 빌려 ‘음악의 도시 뉴욕’을 처음부터 강조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공신은 아무래도 마크 러팔로이며,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도 나쁘지 않고(턱 내미는 연기는 고칠 수 없나봐요), 영화에 처음 출연한 아담 리바인의 연기도 좋습니다.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캐서린 키너와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마크 러팔로가 분한 댄의 가족들로 분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그외 세션을 연기한 조연들과 지나가는 단역들의 연기도 딱히 흠잡을 데는 없습니다.

 

평론가들은 감독 존 카니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니 뭐니 하는 말들을 할 것 같습니다. 첫 영화 Once는 ‘유니크’하고 ‘뷰티풀’하며 ‘프로그레시브’한 영화였지만 이번 영화는 진부하다는 평이 벌써 나왔지요. 하지만 존 카니는 사람이 노래하는 장면을 잘 찍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에 잘 담아냅니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재미 있습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또 보고 싶어집니다. 음악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은 존 카니가 가장 잘하는 것일 것입니다.  잘 하는 것을 굳이 안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족)
여 주인공 이 작사 작곡하여 남자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곡 Lost Stars의 가사,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이 말은 19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라는데, 극장 자막은 “젊음은 왜 젊은이들에게 낭비되나요?”정도로 같이 표시 되었던 것 같습니다.
뭐 굳이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미를 생각하자면 “신이시여, 왜 젊음을 젊은이들에게 주셔서 이를 낭비하게 하시나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에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우물쭈물하다가 이꼴 날 줄 알았어.” 라고 써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Lost Stars의 가사 일부인 저 말이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성향으로 비추어 볼 때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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